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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학교 3학년 때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내로라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는 세계은행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치를 시작했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시대전환의 당대표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탄탄대로만 겪었을 것 같지만 시련이 많았다. 본인의 표현을 따르자면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최고의 좌절과 아픔'을 경험했고 도망치듯 학교를 정하지도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났다. 하버드 생활도 학비가 없어 한 달만 수업을 듣겠다며 간 것이었다.
그리고 2009년, 37세였던 조 의원은 인생의 진로와 궤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피부암이었다. 그는 아직도 암에서 완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암 생존자라고 부른다.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실패와 시련, 조 의원의 정치가 다른 의원들과 다른 이유다.
다소 낯설었던 조 의원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내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생활정치를 표방한다. 일하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조 의원의 활약은 이어졌다. 발로 뛰며 취재했고 그 결과물을 국감장에서 거침없이 쏟아냈다.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조 의원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21대 국회 첫 국감이 끝났다.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윤석열 국감'이라고들 하는 것 같다. 국회가 한편의 자극적인 드라마를 제공했다. 그게 국감의 역할이라면 성공했다. 정치의 희화화다. 보고 나면 의미 없는 드라마였다. 교훈도 없는 드라마였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피하기 어려운 유혹 중 하나가 관종(관심종자)이다. 더 넓게 봐선 재선에 대한 욕망이겠다. 그걸 이기지 못하면 의미있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여야의 정쟁 속에서도 정책 질의로 주목 받았다.
▶이번 국감에서 온누리 상품권은 어느 정도 매듭을 지었다. 약속을 받아냈다. 이른바 '상품권깡' 여지를 없앴고 (고액권인) 3만원권도 폐지될 것이다. 할인율과 전자상품권 등도 달라진다. 그 예산이 소상공인들에게 몇 백억원 정도 돌아간다. 그 금액이 국회의원 월급보다 많지 않나. 국회의원으로서 가성비는 돌려드렸다고 생각한다.
-현직 국회의원인 이상직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를 문제를 국감에서 다뤘다. 부담은 없었나.
▶제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중진공 전 이사장이 누군지 몰랐다. 그냥 모씨라고만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제보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국감 이후 인사 피해를 받은 분이 복직했다고 들었다. 생활정치에 맞는 국감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국감 기간 중 로봇랜드도 직접 다녀왔다. 직접 현장까지 갈 생각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현장을 보고 싶었다. 국회 개원 직전에 플랫폼 노동을 경험하고 싶어서 한 달 동안 대리운전을 했다. 인생 첫 경험이었다. 경험해보지 않고 아는 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은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보좌진들에게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보좌진 자체 평가도 현장을 얼마나 다녀왔느냐로 결정한다.
-대리운전 경험을 조금 더 이야기해달라.
▶술을 안 마셔서 대리기사를 불러본 적이 없다. 그들이 가질 '삶의 두려움'은 살짝 경험했다. 밤 11시를 넘어 서울 구로에서 손님을 내려드린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차관의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콜이 또 떴고 기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받았다. 상계동으로 가는 차량이었다. 2만7000원을 받았는데 수수료 20%를 뗐다. 지하철이 끊겨서 집이 있던 동작구까지 택시비 1만5000원을 내고 귀가했다. 집에 오니 새벽 1시30분이었다. 인생이 이렇구나, 한 콜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니 보이는 게 없구나 싶었다.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국감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네탓'이라고 한다.
▶슬펐다. 여당 의원들은 의원내각제처럼 행동했다. 야당 의원들은 소리 지를 기회를 찾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민원성 질의는 낫다. 그런데 화낼 기회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지 높은 사람이 아니다. 역할은 언제든지 바뀐다. 뭐가 문제일까. 우리의 업을 남의 업보다 우월하게 느끼는 것이 국회를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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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
-국회 개원하고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일하는 국회'를 천명했지만 여전히 진영논리로 다툼만 진행 중이다.
▶정치가 편을 가르고 있다. 진영에는 구도적 문제가 있다. 우리의 정치제도인 소선거제와 양당체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타협하고 설득하는 걸 칭잔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꾸 변절자 프레임으로 가면 안된다. 진영이 구도적 문제를 빨리 자각하고 큰 개혁을 이뤄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 있는 정치인들이 개별적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표발의했거나 공동발의한 법안이 49건이다. 공동발의한 법안은 대표발의자의 소속 정당이 정말 다양하다.
▶제가 끼면 다 '여야'가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민주당 발의 법안에 제가 들어가면 '여야'가 되고, 국민의힘 발의 법안에 제가 참여해도 '여야'가 된다. 공동발의 요청이 들어오면 시대전환의 온라인 공론장에 올린다. 이후 당원들이 가부 투표를 한다. 당원들이 거부하면 공동발의를 하지 않는다. 실제 기각된 것도 있다. 당원으로서의 효용감과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최근 주한일본대사관을 방문하고 일본 경제산업상에게 항의 서신을 전달했다. 쉽지 않은 대화였다. 이게 왜 한국의 문제냐고 했다. 그래서 북한 핵개발도 북한만의 문제냐고 거칠게 응답했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이후 원 지사에게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에서 안 나서면 누가 하냐고 이야기했다. 원 지사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원 지사가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가 아니라 제주도지사와 이 일을 같이 하고 싶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뭔가.
▶저는 암 생존자다. 암 걸린 사람에게는 보통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도 걸려봤었다라는 말만 위로가 되더라. 인생의 진로와 궤적이 순식간에 바뀌는 경험이었다. 2009년이니 37세 때다. 피부암이었다. 주위에선 비행기를 많이 타서 피부암에 걸린 것 아니냐고들 했다. 실제로 유럽의 승무원들은 주기적으로 방사능 노출을 검사하고 수치가 높으면 휴직시킨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방사능 공포심이 있다.
-특권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세계은행 근무할 때 빨간 여권을 썼다. 유엔 여권은 두 종류다. 파란색과 빨간색. 파란색은 일반 직원들, 빨간색은 간부들이 쓴다. 빨간 여권을 쓰면 어떤 공항에서도 몸 수색을 받지 않는다. 가방도 못 열게 돼 있다. 권위의 상징이다. 특권을 즐기기 시작하면 사람은 '훅' 간다. 대부분의 성공했다는 사람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승진해 좋은 사무실을 쓰고 운전사를 쓰고, 그게 좋아서 멈추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하면 안된다. 그게 동기가 돼선 안된다.
세계은행 근무 시절 한번은 아내가 보통사람들의 삶을 아느냐는 말을 했다. 세계은행에서 빈곤탈피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1등석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줄을 서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뼈 때리는 말이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그 기억을 되살려 정치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 배지를 달고 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다. 그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위험한 마약이다. 익숙해지면 훅 간다. 국회의원 밖에 할 게 없어질 것이다. 그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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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1, 2020 at 07: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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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가장 큰 유혹은 관종"…조정훈의 '진짜 정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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