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30)이 2020시즌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진짜' 주전 포수로 거듭나고 있다.
박세혁은 두산의 5강 경쟁 분수령이었던 지난 2~4일 잠실 KIA전에서 11타수 6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4일 열린 3차전에서는 2루타만 3개를 날렸다. 두산의 3연승을 이끌었다.
두산은 앞선 3연전에서 최하위 한화에 2패(1승)를 당하며 분위기가 침체했다. 그러나 KIA전을 치르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부진했던 오재일과 김재환이 살아났고, 박세혁까지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한동안 저조했던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박세혁은 8월 1~14일 출전한 11경기에서 타율 0.120을 기록했다. 부진 탓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8월 25일 1군 복귀전에서 '멀티 출루'에 성공하며 2득점 했다. 그러나 이후 30경기에서 타율 0.244에 그쳤다.
한동안 강점을 잃었다. 박세혁은 '전' 주전 포수 양의지가 NC로 이적한 뒤 맞이한 2019시즌부터 두산 안방을 지켰다. 우승을 노리는 팀 주전 포수로는 미덥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경험에 비해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투수 리드, 수비 그리고 공격 모두 과감했다.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를 기록하며 '기동력을 갖춘 포수'라는 개성을 만들기도 했다. 박세혁은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리드했고, 국가 대표팀(프리미어12)에도 선발됐다. 꽃길을 걸었다.
2020시즌 초반부터 그의 자리에 균열이 생겼다. 교체 출장이 늘어났다. 신예 최용제가 과거 박세혁을 연상시키는 활약을 보여주며 경쟁 구도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중 박세혁을 교체하는 '간접' 메시지로 분발을 촉구했다. "포수는 투수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더 과감하게 이끌어야 한다"며 '직격' 조언을 하기도 했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그의 부진은 크게 부각됐다. 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강점이었던 공격력까지 무뎌졌다. 악순환. 그사이 두산도 상위권 경쟁에서 밀렸다. 2020시즌은 박세혁에게 가시밭길이었다.
KIA 3연전 활약은 이런 상황 속에서 만든 반등 발판이었다. 경험의 힘을 믿는 김태형 감독은 순위 경쟁이 달아오른 시점부터는 박세혁에게만 주전 마스크를 맡기고 있다. 박세혁은 이 과정에서 고민하고 연구하며 타격과 투수 리드를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스윙은 간결하게 고쳤다. 투수에게는 자신의 리드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KBO리그 대표 포수 강민호(삼성)는 "선배들로부터 '포수는 1000경기 정도 치러야 자신만의 투수 리드를 정립할 수 있다'고 들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저연차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 내 플레이는 포수도 아니었다"며 웃었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며 주전 포수로 거듭났다는 얘기다.
박세혁은 풀타임 2년 차를 보내고 있다. 2020시즌 겪은 시련과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진짜 주전 포수로 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더 강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October 07, 2020 at 02:00PM
https://ift.tt/2GL1ixU
박세혁, '진짜 주전' 도약 발판 만든 2020시즌 - 중앙일보
https://ift.tt/2UAZ4Fp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