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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12, 2020

[날라-리] 준표의 눈에 잡힌 '흰색 물체'…진짜 장산범일까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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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속풀이 프로젝트 '날라-Lee'.

<부산일보> 독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날라'주는 '이' 기자입니다.

기자가 무엇입니까. 권력 감시나 이슈 추적같은 묵직한 '스트레이트 펀치'만 날려야 합니까. 갈고 닦은 취재 기술로 일상 속 궁금증을 풀어주는 '잽'도 던져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 분야’는 '너튜브'가 잠식했습니다.

'날라-Lee'가 도전합니다. '동치미 막국수'처럼 속 시원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파고들 테니 무엇이든 댓글로 제보해주십시오.

부산 해운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높이 634m의 장산. 부산 해운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높이 634m의 장산.

은실같이 아름답고 고운 백발

바싹 말라 길게 뻗은 얼굴

검붉은 피부에

산돼지처럼 튀어나온 코

눈동자 없이 샛노란 빛이 둘러싸인 눈

쇠를 긁는 울음소리

죽은 이의 목소리를 한 번 들으면 흉내 내고

장산에 살며

능히 사람을 물었다고..

장산범의 이야기입니다.

상상 속 장산범 이미지. 상상 속 장산범 이미지.

5월 29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공부방.

전날 내린 장맛비로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바람은 미동도 없이 눅눅.

그때 고준표(12) 군 시야에 들어온 베란다 뒤 장산.

살랑대는 나무 사이로 흰색 물체의 출몰.

사람보다 크고,

네발로 움직이듯 짐승처럼 빠른 움직임.

큰 바위를 수직으로 타고 오르기도.

그 흰색 물체는 3분 뒤..

바로 옆 봉우리에서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준표 군이 찍은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90만 회를 기록,

잊었던 '장산범'의 존재를 상기시켰습니다.

'날라-Lee'팀의 이번 미션은 이 '흰색 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겁니다.

장산에서 목격된 '흰색 물체'. 고준표(12) 군 제공 장산에서 목격된 '흰색 물체'. 고준표(12) 군 제공

미스테리한 흰색 물체의 영상에 댓글을 달아 준표 군을 직접 만났습니다.

준표 군이 실제 목격한 산 속 장소는 2곳.

공부방 가까운 돌산 꼭대기와

저 멀리 손톱만 하게 보이는 산등성이.

언뜻 봐도 산책로가 아닙니다.

수많은 방송사가 나섰지만

단 한 번도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장산 속 흰색 물체를 최초로 목격한 준표 군. 장산 속 흰색 물체를 최초로 목격한 준표 군.

억센 가시나무들이 빈 곳을 메우고

무질서하게 박힌 바위들이 경사각을 높이고

흰색 물체로 가는 길목은

사람이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아니 다니기 어려운 숲길이었습니다.

추적추적 장맛비에 미끄러지고

다른 길을 찾아다니길 반복하다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의 도움으로 배수로 같은 통로로 진입.

흰색 물체의 정체를 찾아 나선 날라-Lee팀의 '장산범 헌터들'. 흰색 물체의 정체를 찾아 나선 날라-Lee팀의 '장산범 헌터들'.

그러나, 인적 없는 산길에 미스터리 같은 흔적들을 곳곳에서 포착.

촛불과 소주잔.

판자로 덮인 작은 창고.

정체불명의 비석 뒤의 동굴과 파손된 각목까지….

분명 누군가 다녀간 모습입니다.

산을 오르던 중 발견한 촛불과 소주잔 등. 산을 오르던 중 발견한 촛불과 소주잔 등.
흰색 물체가 목격된 바위 밑에 나 있는 작은 동굴. 진짜 '범굴'과 흡사한 모습이다. 흰색 물체가 목격된 바위 밑에 나 있는 작은 동굴. 진짜 '범굴'과 흡사한 모습이다.

목적지만 보며 2시간 동안 올라

돌산 꼭대기 도착.

공부방에 있는 준표 군을 소리쳐 불렀으나,

감감무소식.

빙 둘러 간 탓에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다시 길을 헤맨 끝에

장장 4시간에 걸쳐

진짜 목적지에 도착.

흰색 물체의 정체를 확인해봤습니다.

목격 당시 모습과 비교하기 위해 날라-Lee팀이 흰색 가운을 입고 산길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 목격 당시 모습과 비교하기 위해 날라-Lee팀이 흰색 가운을 입고 산길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

우선 준표 군의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공부방에서 본 날라-Lee팀은 그때의 흰색 물체와 크기부터 달랐습니다.

"딱 봐도 움직임이나 크기가 그때랑 완전 다른데요?!"

이날 함께 있던 공부방 친구들과 선생님도 이구동성.

그리고 현장에서 본 목격 장소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가파른 바위 절벽.

횡단은 가능했으나, 영상에 찍힌 것처럼 바위를 타고 오르는 종단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거기는 무서워서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아."

내려오던 길에 만난 한 할머니도 이 산을 올랐다는 것에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날라-Lee팀이 흰색 가운을 입고 직접 뛰어도 봤지만….

"3분 만에 옆 산까지 가야 합니다."

전화기 너무 들리는 준표 말에 더는 생각할 것도 없이 포기.

준표 군이 공부방에서 날라-Lee팀을 바라본 모습. 준표 군이 공부방에서 날라-Lee팀을 바라본 모습.

몇 시간 동안 산에 숨어 흰색 물체를 기다리고

소리를 내지르거나, 미세한 요동에 신경을 바짝 세워 보기도 했지만,

결국 흰색 물체를 목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날 눈으로 확인한 것은,

사람이 다닐만한 곳이 아닌데도, 누군가 다녀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았다는 것.

준표 군의 제보는 '진짜 미스터리'였습니다.

여전히 장산의 흰색 물체는 정체불명입니다.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장산범' 목격담.

날라-Lee팀이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추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장산 앞 공부방에 있는 준표 군과 친구들. 장산 앞 공부방에 있는 준표 군과 친구들.

흰색 물체의 진짜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날 준표 군과 아이들 얼굴은 오히려 밝았습니다.

"에이 사람이네!"하고 넘겼을 어른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에 반응하고, 그 내용을 끝까지 파헤쳤다는 것에 즐거워했습니다.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에 안도하는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사실 흰색 물체가 사람이건 짐승이건 무엇이건

준표와 아이들의 눈에는 쭉 '장산범'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그냥 지나쳤을 새로운 '이야깃거리' '추억'을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이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흰색 물체는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닐까요?

●날라-Lee의 결론

흰색 물체가 목격된 곳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바위 절벽이다.

그런데도 돌산 곳곳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발견됐다.

산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영상·편집=김강현 PD gangdoo@busan.com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그래픽=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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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2,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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