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소주 첫 잔은 정말 쓸까? 문득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높으신 분들(가령 부장님이라든가, 친척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면 첫 잔은 아랫사람이 먼저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혹은 글램핑처럼 야외 만찬을 즐길 때 조심스럽게 소주 뚜껑을 따고, 내용물의 윗부분을 바닥에 쉭- 흘려 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아깝게 무슨 짓이냐며 울화통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이유를 들어 보니 소주의 첫 모금은 쓴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아니, 물과 기름도 아니고 한 병에 들어 있는데 다를 건 또 뭐야? 소주 첫 잔, 정말 쓴맛이 나는지 소소한 실험을 직접 진행해보기로 한다. Is it true?
소주 첫 잔이 쓰다는 루머, 왜 생겼을까?
본격적으로 실험에 들어가기 앞서, 어떻게 소주 첫 잔이 쓰다는 루머가 돌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 루머 1. 과거 코르크 마개의 영향
1980년대 이전 소주 병의 뚜껑은 지금처럼 고철 재질이 아닌 코르크 마개였다. 이 코르크 마개는 소주를 여닫는 과정에서 코르크 마개의 잔여물이 소주의 가장 윗부분에 묻게 되고 이로 인해 소주 윗부분의 일정량을 버린 후 마시게 되었는데, 이러한 관습이 오늘날까지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 루머 2. 소주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영향
소주는 에탄올(알코올의 한 종류)에 물을 희석한 뒤 각종 향료를 첨가하여 만들어진다. 알코올이 강하면 쓴맛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이 쓴맛을 없애기 위하여 과당, 설탕, 자일리톨 등 각종 감미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성분이 생성되는데 이것은 쓰고 떫은맛에, 소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가벼운 성질을 띄기 때문에 소주의 윗부분에 자리한다. 따라서 소주의 중간 부분은 상대적으로 감미료의 단맛이 지배적이고 윗부분은 에탄올에서 발생하는 가벼운 알코올 성분들이 모여있어 쓴맛이 난다는 주장이다.
정말 사실일까 just 루머일 뿐일까? 에디터가 직접 마셔보겠다.(비장)
드링킷 Lab
소주 한 병과 소주 첫 잔을 따를 소주잔 1, 중간 부분을 따를 소주잔 2 가 필요하다. 소주는 종류 상관없이 대중적인 것을 픽!
▶ 실험 방법
A 에디터(그게 바로 저예요~)는 뒤를 돌아 상황을 보지 못한 채 B 에디터가 두 잔에 각각 소주의 맨 윗부분과 중간 부분을 각각 따라 놓았다.
그리고 B 에디터만 알 수 있도록 2가지 잔을 순서에 상관없이 놓아둔다. 아무거나 잘 먹는 A 에디터지만 쓸데없ㅇ..아니 은근 후각이 예민하여 정말 맞힐 수 있을지 꽤나 흥미가 솔솔 피어올랐음.
잔에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고, 흘린 흔적조차 지운 채 조속히 시음을 진행했다. A 에디터가 첫 번째 잔을 마시자마자 마치 못 마실 걸 마신 것 마냥 미간을 찌푸려 B 에디터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
첫 잔을 딱 가리키자, '와, 미쳤다. 진짜 쓴 가보네?' B 에디터가 이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작 맞힌 A 에디터 스스로도 당황했다고.
▶ 간단히 비교해보자
먼저 첫 잔은 마시자마자 강한 알코올 향이 밀려 들어왔다. 혀를 거쳐 코에서도 느껴지는 알싸한 알코올의 향연(과장 아님)이 느껴졌다. 반면에 중간 부분을 시음할 때에는 꽤 편하게 마셨다. 단맛은 잘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알코올 향이 덜 났다. 하지만 이것은 첫 잔을 먼저 마셨기 때문에 알코올 향에 익숙해져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첫 잔이 비교적 더 쓴 건 인정!
July 01, 2020 at 10:3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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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첫 잔은 쓰다는 말, 진짜일까?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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