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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3, 2020

[날라-리] 100년 전 문헌에 숨겨진 '보물지도'…진짜 금이 나올까?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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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속풀이 프로젝트 '날라-Lee'.

<부산일보> 독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날라'주는 '이' 기자입니다.

기자가 무엇입니까. 권력 감시나 이슈 추적같은 묵직한 '스트레이트 펀치'만 날려야 합니까. 갈고 닦은 취재 기술로 일상 속 미스터리, 궁금증을 풀어주는 '잽'도 던져야 합니다.

'동치미 막국수'처럼 속 시원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파고들 테니 무엇이든 댓글로 제보해주십시오.

일제강점기의 '아픈 유산'

일제강점기 충남 천안 지역에 있던 직산 금광. 금광은 일제 이권 침탈의 주된 대상이었다. 자료: 독립기념관 일제강점기 충남 천안 지역에 있던 직산 금광. 금광은 일제 이권 침탈의 주된 대상이었다. 자료: 독립기념관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진지 칡뿌린지 알 수가 없구나

나오라는 노다지는 안 나오고

칡뿌리만 나오니 성화가 아니냐~

1939년 작곡된 '노다지 타령'의 한 구절.

1930년대 조선은 안타까운 열망이 만든 '황금광(狂) 시대'였습니다. 말 그대로 인생 역전을 위해 '황금 캐기'에 미쳐있던 시대. 고려 충신 신숭겸 머리가 순금이라는 헛소문에 묘가 도굴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

당시 조선 사람들은 벼랑 끝에 몰려있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과 일본의 끊임없는 수탈로 농지와 일터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 지겨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집어 든 건 '곡괭이'. 산, 바위,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금을 찾기 위한 탐광꾼이 넘쳐났습니다. 신문에는 금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기도 했습니다.

조선총독부 통계 연보에 따르면 1935년 1년 동안 신규 착수한 금광이 무려 976곳. 당시 한반도에 4000여 개의 금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착취한 금으로 세계 5위 금 생산국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한반도는 '황금의 나라'였습니다. 신라시대 때 중앙아시아, 중동지역 사신들은 여행기에서 "한국은 금이 많은 나라"라고 말하기도. 조선 8도 중 금이 나오지 않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했습니다.

그러나 '골드러시'는 1940년대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으로 국제 무역이 멈춰 섰던 겁니다. 치열했던 '금의 전쟁'이 허망하게 끝이 났습니다.

다시 찾는 '금맥'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전 '경상남도 사금지 리스트'. 자료: 인터넷 사금 채취 동호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전 '경상남도 사금지 리스트'. 자료: 인터넷 사금 채취 동호회

광복 후 잊혔던 대한민국산 '금'이 최근 다시 발견된다는 놀라운 제보.

하천이나 계곡의 모래, 바위틈 사이에 자연금인 '사금'이 숨어있다는 겁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폐금광' 주변에 자주 보인다고.

금광에서 부서져 흘러나온 나온 금이 하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의도치 않게 사라진 금맥이 여전히 마르지 않았다는 증거. 최근 사금 채취로 100억 대를 벌어들인 사업가들도 있답니다.

실제 수십 g의 사금을 채취하는 영상도 유튜브나 인터넷 카페 등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핵심 증거는 최근 한 사금 채취 동호회에서 포착된 경상남도 '보물지도'. 울주군 언양읍, 밀양시 상남면, 합천군 가야면 등등…. 100년 전 조선총독부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지역 내 사금이 나오는 장소가 줄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금값이 고공행진 하는 시대. 모래, 바위를 뒤지면 귀한 금을 캘 수 있다니…. 믿을 만한 옛 문헌이지만 여전히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사금 채취 동호회원 등을 수소문해 '사금지 리스트'에 나온 한 지점에 금을 캐러 가봤습니다. 전문가와 동행하고자 여러 차례 섭외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무산됐습니다.

2시간 만에 발견한 '사금 스폿'

울주군 한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과거 이곳 주변에 광산이 있었고, 지금은 골프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주셨다. 울주군 한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과거 이곳 주변에 광산이 있었고, 지금은 골프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주셨다.

취재팀이 찾은 곳은 울주군 한 하천. 옛 문헌에는 광범위한 지명까지만 나와 있어, 실제 '사금 스폿'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금 채취 동호회원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범위를 좁혀 하천 주변 한 마을에 도착.

그러나 이 마을을 지나는 하천이 2~3개에다 뻗은 길이만 수백 m. 도저히 사금 스폿을 찾기엔 무리였습니다.

그렇게 동네를 헤매던 중 한 마을회관을 발견. 정자에 쉬고 있는 할머니에게 예상치 못한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여기 근처에 50년 전쯤에 여기에 광산이 있었다 합디더. 석탄이나 금인가 나왔다던데, 하여튼 지금은 광산이 골프장으로 바뀌었어. 안 그래도 저쪽 냇가에서 바위 사이 쑤시면서 캐러 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폭염경보 속 오아시스 같은 할머니의 정보. 출발 2시간여 만에 대략적인 지점을 찾았습니다.

"금 봤다!"

사금이 나온다는 지점의 흙을 파내는 모습. 사금이 나온다는 지점의 흙을 파내는 모습.

가슴 장화, 야전삽, 패닝 접시, 거름망 등등….

'풀 장비' 장착하고 호기롭게 뛰어들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무릎 높이의 수심에서 돌 사이사이, 돌 아래에 있는 흙들을 골라 담았습니다. 책, 유튜브 등에서 익힌 대로 기반암, 갈대 주변 위주로 작업을 진행.

흙을 담은 뒤에는 모래 속 무거운 금속을 골라내는 '패닝 작업'을 벌였습니다. 사실상 사금 캐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랍니다.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가거나 접시를 잘못 돌리면 금속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취재팀은 전문가와 동행하지 못한 탓에 수십 차례 연습을 한 터였습니다.

그래도 얕은 경험치 탓인지 어리숙한 패닝의 연속.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10여 분간 접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10여 분간의 패닝 끝에 포착된 금 알맹이. 10여 분간의 패닝 끝에 포착된 금 알맹이.

금으로 추정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알맹이 3~4개를 발견했습니다.

단 한 번의 시도만의 쾌거. 조심스레 패닝을 마친 뒤 준비해 둔 스포이트로 용기에 담았습니다.

이후 자리를 옮겨가며 3~4시간 추가 작업 진행.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처음에 발견된 알맹이들이 전부였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판명 불가"

회사 근처 금은방에서 화학 실험을 통해 금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회사 근처 금은방에서 화학 실험을 통해 금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금쪽같은 내 새끼' 알맹이들을 가지고 다음 날 진짜 금인지 확인하러 금은방을 찾았습니다. 알맹이들을 본 사람마다 금이냐 아니냐 말이 엇갈렸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린 결과. 현재로서는 금 여부를 판명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금 여부를 결정짓는 화학 실험을 해봤지만, 알맹이가 너무 작아 결과를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전문연구소에 의뢰해 성분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사금 전문가를 통해 끝까지 파헤쳐야 했습니다.

"순도 70% 이상"

전문가 확인 결과, 문헌 속 저희가 찾아간 곳은 '사금지'가 확실했습니다. 순도 70% 이상 사금이 나오는 대표적인 장소라고 합니다. 2~3mm급 크기까지 금이 발견된다고.

더불어 옛 기록대로 울주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굵직한 사금이 발견된답니다. 전북 김제 지역은 무려 90% 이상의 순도를 자랑한다고.

사금은 우리나라가 '황금의 나라'였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수천 년, 수만 년 침식·풍화로 쌓인 금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이 착취한 금광에서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독특한 취미로, 재미로 캐는 금이지만, 100년 전에는 출구 없는 가난에 몸부림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촬영·편집=정수원 PD·김민석·김시현 대학생 인턴 blueskyda2@busan.com

그래픽=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시려면 '다비줌'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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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3,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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