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션 바꾼 오프로드 에디션..지상고 높아지고 롤링 억제
커스터마이징 사양 대거 기본화..디테일 아쉽지만 가성비 ‘굿’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오프로드 에디션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지난해 여름 렉스턴 스포츠를 구입한 이후 늘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생각인데요. 렉스턴 스포츠는 ‘오프로더’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순정 상태로는 가벼운 임도밖에 다닐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이지만, 가격 경쟁력을 우선하다 보니 ‘정통 픽업트럭’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입니다. 픽업트럭은 오프로드 주행능력과 개성적인 디자인, 다재다능한 실용성이 매력인데 렉스턴 스포츠는 가격과 타협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렉스턴 스포츠 고객들은 출고 이후 사용 목적에 맞게 차량을 튜닝하곤 하는데요. 특히 오지캠핑이나 낚시를 위해 렉스턴 스포츠를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서스펜션 튜닝을 통한 ‘리프트업’은 필수적이었습니다. 휠하우스가 협소해 험로 주행 시 타이어 간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특히 적재함에 짐을 많이 실으면 뒤쪽이 주저앉기 때문에 강성이 높은 스프링으로 바꾸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바라던 ‘오프로드 에디션’이 나왔습니다. 쌍용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은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도록 꾸며졌는데요. 비포장도로가 많은 호주에서 쓰는 ‘오프로드 전용 스프링’이 적용된 게 핵심입니다. 스프링의 강성이 기존보다 향상되고 지상고가 10mm 높아졌는데, 이제야 순정으로도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해진 셈이죠.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다이내믹 에디션 출시를 기념해 오프로드 시승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오프로드의 성지’로 불리는 가평 경반분교에 렉스턴 스포츠의 롱보디 모델인 ‘칸’을 투입한 건데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오지, 그것도 물길을 5번이나 건너야 하는 산길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뜻일 겁니다.
참고로 이번에 만난 시승차들은 진짜 ‘다이내믹 에디션’은 아닙니다. 기존 2019년식 렉스턴 스포츠 칸(노블레스 트림)에 다이내믹 에디션 전용 사양들을 추가로 설치한 건데요. 픽업트럭 전용 튜닝파츠를 생산하는 ‘아이언빌드’와 협업해 드레스업을 완성했습니다.
가평에서 만난 렉스턴 스포츠 칸은 제가 생각하는 픽업트럭의 정석이었습니다. 높은 지상고와 여유로운 휠하우스, 어떤 험로도 문제없을 AT타이어, 롤바에 얹은 루프탑 텐트까지. 적재함에 캠핑장비만 잔뜩 실으면 당장이라도 오지캠핑을 떠날 수 있는 세팅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타이어인데요. 이번 시승차엔 쿠퍼타이어사의 31인치급(순정은 30인치) AT타이어가 적용됐지만, 양산차엔 일반 타이어가 들어갑니다. 수입산 AT타이어는 4짝에 100만원이 넘어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데다, 연비 신규인증 등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거친 패턴을 가진 AT타이어는 사이드 월이 강하고 트레드가 깊어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합니다. 온로드 주행 시 발생하는 노면소음은 흠이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지 않는 고객들도 드레스업만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의 이미지가 확 달라 보이거든요.
시승차에 적용된 적재롤바와 루프탑텐트, 도끼와 삽 등도 아이언빌드와의 협업 결과물입니다. 이 롤바는 차량 구매 시 순정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데요. 롤바 위에 루프탑텐트까지 얹으니 제법 ‘자세’가 나옵니다. 롤바와 커버 등의 조합으로 개성적인 나만의 차를 꾸밀 수 있는 것도 픽업트럭만의 매력이기도 하죠.
외관에서 두드러지는 ‘다이내믹 에디션’ 전용 사양은 적재함의 4X4 데칼 스티커와 오프로드 전용 사이드 스텝, 그리고 휀더 플레어(일명 오버휀더)입니다. 기존 순정 사이드 스텝은 ‘발판’으로서의 기능만 있었지만, 이 사이드스텝은 차량의 하부를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도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기존에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휀더 플레어는 다이내믹 에디션에서 기본화 됐는데요. 차량의 볼륨감을 풍성하게 하고, 오프로더만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휀더플레어는 2020년형 출시와 동시에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선보였는데, 기존 고객들의 반응도 매우 뜨겁습니다. 사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구조변경이 필요없어 애프터마켓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중입니다.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의 밋밋한 범퍼도 커스터마이징 옵션인 ‘스키드 플레이트’를 통해 한층 스포티해졌습니다. 스키드 플레이트는 휀더플레어와 마찬가지로 선택옵션이 기본화된 사례인데요. 다소 투박하고 저렴해보이는 범퍼 디자인을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시켰죠.
드레스업 된 다이내믹 에디션은 실질적인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좋아졌습니다. 기존보다 휠씬 두껍고 긴 스프링이 적용됐고, 빨간색 언더커버와 LD커버(일명 데후커버)까지 들어갔습니다. 언더커버와 LD커버는 험로 주행 시 하부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죠. 하부커버는 애프터마켓에서 다양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 롤바와 마찬가지로 아이언빌드가 쌍용차에 공급합니다.
이번 다이내믹 에디션은 렉스턴 스포츠 고객들이 애프터마켓에서 따로 설치하던 사양들을 대거 기본화한 것이 특징인데요. 외관은 드레스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실내에선 편의사양 강화로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텅 비었던 2열시트 하단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2열시트 언더 트레이는 렉스턴 스포츠 고객들의 소소한 튜닝항목 중 하나였죠.
특히 적재함에 적용된 ‘이지 오픈 & 클로즈’도 인상적입니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는 적재함 문을 열면 뚝 떨어지고 닫을 때도 힘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거의 모든 고객들은 약 5만원 상당의 ‘트렁크 도우미’를 사제품으로 달았습니다. 왜 이제야 적용됐나 싶을 정돈데, 이제부턴 고객들의 수고를 한결 덜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을 대거 기본화했습니다. HID 헤드램프와 우적 감지 와이퍼, 오토라이트 등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인기가 높은 커스터마이징 사양인 플로팅 무드 스피커와 무선충전기도 기본으로 적용됐습니다.
이번 오프로드 시승코스의 목적지인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은 렉스턴 스포츠를 장만한 이후 캠핑을 위해 몇 번 갔던 곳인데요. 아무나 찾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한적하고 조용한 오지캠핑을 즐길 수 있죠. 배낭에 짐을 메고 걸어오는 백패킹족도 꽤 있지만, 끝까지 올라오는 차는 렉스턴·모하비·랭글러 등 대부분 프레임 보디 차량들입니다.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당장 초입부터 계곡을 하나 건너야 할 정도로 험난합니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은 ‘오프로더’답게 겁낼 이유가 없겠죠. 특히 다이내믹 에디션은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도록 파트타임 4륜구동과 LD(차동 기어 잠금장치)도 기본으로 적용돼 있습니다.
‘4륜 하이(4H)’ 모드로 세팅한 후 가볍게 가속하니 이 정도 계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덤덤하게 건너갔습니다. 연달아 이어진 경사로에선 렉스턴 스포츠의 높은 토크가 빛을 발했습니다. 힘 떨어지는 기색이 전혀 없이 울퉁불퉁한 산길을 거침없이 올라갔죠.
렉스턴 스포츠 칸에 적용된 2.2ℓ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합니다. 차량의 특성을 고려해 출력 대신 토크에 집중한 엔진입니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저속에서의 등판·견인능력이 우수하다는 뜻입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1400rpm부터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특징이 있는데요. 저속에서 큰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산길을 오를 때 특유의 토크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묵직하게 툭툭 치고 올라가는 주행감이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자차로 렉스턴 스포츠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이내믹 에디션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강성 서스펜션 덕분에 좌우 롤링과 상하 피칭이 상당히 억제된 느낌이었거든요. 지상고도 높아졌기 때문에 “하부가 긁히진 않을까”하는 막연한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니아들이 즐기는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주행하려면 무조건 하체 튜닝이 필요하겠지만, 일상적인 수준의 임도 주행은 이제 순정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드레스업이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사제 서스펜션 튜닝에 200만 원 가까운 돈을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프레임 보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 시 차량의 뒤틀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튼튼한 강철로 만든 프레임 위에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을 얹는 형식인데요. 모노코크 보디를 쓰는 곱상한 도심형 SUV들과는 근본부터 차이가 있다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앞서 언급했던 시승차의 타이어는 순정이 아닌 수입산 AT타이어입니다. 오프로드를 주행할 땐 타이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순정 타이어로 이곳을 왔다면 타이어 파손이나 슬립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차량 출고 후 타이어만 교체하면 오프로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건데요. 시승차에 적용된 비싼 수입산 제품이 아니더라도 국산 AT타이어도 문제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타이어의 31인치급 AT-M 타이어를 쓰고 있는데, 수입제품의 반값 수준입니다.
별 다른 문제없이 경반분교 오프로드 캠핑장에 도착하자 캠핑 컨셉으로 꾸민 렉스턴 스포츠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레저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눈으로 직접 보여줬는데요. 깊은 산 속에서 루프탑텐트와 어닝을 설치한 모습이야말로 렉스턴 스포츠만의 진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프로드 시승을 끝낸 뒤엔 곧장 온로드 시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온로드 주행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승차감’이었는데요. 프레임 보디는 튼튼한 대신 승차감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는 화물차 서스펜션 특성상 G4 렉스턴보다 승차감이 휠씬 안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렉스턴 스포츠 고객들은 오프로드 주행 목적 이외에도 승차감 개선을 위해 서스펜션을 교체하고 있는데요. 다이내믹 에디션에 새롭게 적용된 서스펜션은 기존 대비 좀 더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해줬습니다. 요철을 지날 때 “우당탕탕탕”하는 느낌에서 “우당탕”하는 정도로 완화됐달까요.
하지만 이 같은 승차감은 시승차에 적용된 루프탑텐트와 롤바의 영향도 꽤 큰 것으로 보입니다. 루프탑텐트는 평균 약 70kg, 롤바는 30kg 가량의 무게가 나가는데요. 총 100kg 가량의 무게가 적재함을 꾹 눌러준 셈입니다.
렉스턴스포츠는 화물차에 대한 국내 법규상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과 적재함이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짐이 실리지 않으면 적재함이 차체와 따로 놀게 되는데요. 적재함이 요철을 따라 좌우로 흔들리면 승객들에게도 진동이 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쌍용차는 시승차의 승차감 개선 및 드레스업을 위해 롤바와 루프탑텐트를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튜닝된 시승차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승차감은 콜로라도나 모하비 등 다른 프레임보디 차량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렉스턴 스포츠에서 또 소개하고 싶은 건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입니다.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은 요즘 보기 힘든 유압식 조향장치를 쓰고 있는데요.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파손될 위험이 적고, 전자식보다 예리한 코너링 감각이 장점입니다. 기계적인 직결로 작동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감각대로 차량이 움직이고, 직진으로 고속주행할 때도 좀 더 안정적이죠.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큰 편인데요. 엔진의 힘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오일 교체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차로유지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쓸 수 없다는 건 아킬레스건이죠. 스티어링 휠에 전동모터가 없기 때문에 차량이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 총평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은 기존 고객들의 니즈를 잘 반영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혔던 서스펜션이 강화됐고, 4륜구동과 LD를 기본적용해 오프로드 주행에 대응하도록 했습니다. 외관 자체도 이름처럼 한층 다이내믹하게 꾸며졌죠.
특히 그간 고객들이 사제로 튜닝하던 아이템들이 대거 기본화된 점도 고무적입니다. 사이드 스탭과 언더커버, 오버휀더, 트렁크 도우미, 2열시트 언더 트레이 등이 대표적인데요. 편의사양을 크게 강화하고도 판매가격은 3142만원(렉스턴 스포츠), 3369만원(칸)에 불과합니다.
다만, 고객들이 바라던 ‘오프로드 에디션’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듯한데요. 오프로드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어가 정작 온로드용이고, 지상고도 이왕 높일 거 1cm가 아닌 5cm(튜닝법규 최대치) 정도는 높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픽업트럭으로서 부족한 부분도 눈에 들어옵니다. 테일게이트 스크래치 방지 몰딩, 적재함 스텝 및 조명, A필러 손잡이 등 사소한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애프터마켓에서 매우 활성화돼 있는 아이템들이지만, 고객들의 수고로움과 비용 지출이 더해져야 하니까요.
몇몇 단점들이 아쉽긴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의 가치는 명확합니다. ‘Life is open’이라는 슬로건처럼, 삶이 활짝 열리게 해줄 국내 몇 안 되는 자동차죠. 다양한 레저활동에 대응할 수 있고 튜닝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특히 렉스턴 스포츠는 콜로라도와 같은 급이면서도 가격은 1000만원 이상 저렴하고, 편의사양은 압도적 우위에 있습니다. 차급과 상품성을 고려한다면 국내 최고의 가성비 모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천편일률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가치가 더욱 빛나길 기대해 봅니다.
July 22, 2020 at 03: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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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이래야 진짜 오프로더지”...하체 탄탄 렉스턴 스포츠 - 인더뉴스(iN THE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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