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 상황의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대북전단이 계기가 됐지만 사실상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의 답보가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17일자 김 부부장 담화에서 추론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은 "북남 합의가 한 걸음의 리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 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가 판문점선언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곧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의 제약에 의해 못지킨 것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 또한 이번 사태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 루트는 대부분 차단됐다. 대중 무역만이 북한 경제의 유일한 출구였으나 코로나19의 영향과 함께 국경을 폐쇄하면서 대중 무역도 중단됐다. 경제적 어려움은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내부 결속을 위해 남북 관계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평창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우선 북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북전단 살포 사태의 재발 방지다. 북한은 정부가 발표한 대응 방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우선 관련 법령을 빨리 제정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특사 파견을 통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북한은 17일 우리 측의 특사 파견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지금 이 시점이 폭설이 내리는 상황이라면 눈이 그칠 때쯤 특사 파견 등 새로운 접근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 그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당장 남북 간 직접 대화가 어렵다면 미국·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미·북 관계는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북 대화가 어렵다면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도 이룰 수 있도록 장관급 한미 대화를 실시해야 한다. 또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통해 북측에 사태 악화 자제를 요구해야 한다.[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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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7, 2020 at 08:2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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