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캠핑을 집에서? 굳이?
처음 ‘홈캠핑’을 접했을 때 마냥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캠핑의 주목적은 자연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어차피 집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집에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보내려는 시도는 그런대로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에서는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고, 보고 싶은 영화도 실컷 볼 수 있으니 야외에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기대도 품었다. 홈캠핑 준비물을 급히 검색해보고 집에 있는 물건 중 쓸만한 것을 찾아봤다.


그러다 문득, 한강공원 근처에서 텐트를 빌려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네다섯 시간의 제한을 두고 저렴하게 텐트와 조명, 스피커까지 빌려주던 업체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물품들을 종일로도 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홈페이지와 후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오후 7시 이전(여의도 한강공원 텐트 이용가능 시간 규정)에 한강에 머무른 사례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매장에 문의했더니, 만 원의 추가 요금만 내면 종일 대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추가 요금을 감안해도 3만원 내외여서 일반 캠핑용품 대여 시 드는 비용에 비해 무척 저렴했다. 주저 없이 빌리기로 했다. 원하는 옵션을 골라 예약하면 매장에서 바로 픽업해가도록 미리 준비해주어 외출 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에는 수많은 텐트 대여 업체가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어두운 밤에 사진을 찍어도 잘 보이는 화려한 색상으로 구성된 물품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매장을 발견해 예약했다.
매장에 도착하자 예약 물건을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였다.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예쁜 장식품이 눈에 들어와 몇 개 더 담았다. 밤에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됐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홈캠핑 물품을 대여하는 문화에 대해 써니텐트 김해승 대표와 짧은 대화를 나눠봤다.


▶ Q. 일반적으로 한강 텐트 대여는 한강에 잠깐 머무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일로 대여하는 사례도 종종 있나요?
A.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있습니다. 고객의 캠핑 목적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베란다나 거실에서 캠핑을 즐기시는 분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Q. 대부분 고객이 텐트를 비롯한 물품을 야외에서 사용해왔을 텐데, 집에서 사용할 때 위생에 대한 걱정할 필요는 없나요?
A. 저희는 물건이 반납되는 즉시 매장에 비치된 소독 제품으로 모든 물건을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한 뒤 정리합니다. 집에서 바로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 Q. 캠핑용품을 대여하려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A. 텐트 사용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임의로 텐트를 접으려다 파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린 텐트 접는 영상을 꼭 숙지한 후 정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평범한 가정집에서 화려한 캠핑장으로
캠핑은 저녁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빌려온 캠핑용품을 보고 마음이 설레 낮부터 집안을 이리저리 꾸몄다. 최대한 밤에 예쁘게 보일 조합으로 고르다 보니 밝을 때는 얼마간 복잡해 보이기도 했으나, 세팅이 끝나고 나니 정말 캠핑하러 온 기분이 들었다. 점심으로 포장해 온 분식을 작은 캠핑 테이블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먹었다.
식탁을 바로 옆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서 먹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평소와 다른 체험을 하는 것이 캠핑만의 매력 아닐까. 가족들도 처음에는 캠핑용품을 잔뜩 집에 들이는 과정을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어느새 함께 장식품을 여기 놨다 저기 놨다 하며 즐기고 있었다. 야외보다 실내를 선호하는 식구에게 ‘홈캠핑’은 안성맞춤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캠핑의 낭만적 감성이 한층 더 살아났다. 집안 조명을 끄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을 트니 분위기에 취했다. 무더위는 잠시 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텐트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텐트 안으로 들어와 입구를 닫으니 좁고 아늑한 공간에 바깥과 통하는 건 작은 모기장뿐이다. 순간 집에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조용하고 낯선 곳에 와 있는 듯 했다.
캠핑에 빠지면 섭섭한 바비큐 파티. 조촐하지만 나름 ‘감성 캠핑’에 걸맞게 고기와 소시지 배치에 신경을 써봤다. 거실의 빛을 다 차단하고 작은 조명에 의지해 고기를 굽고 먹는 모습을 남들이 보면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우리는 캠핑 속으로 흠뻑 빠졌다.




홈캠핑을 해보기 전 ‘집에서 번거롭게 해봤자 얼마나 즐겁겠나’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생각에 지레 캠핑을 포기했다면, 아마 지금도 집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답답하기만 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이 ‘집콕’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다면 홈캠핑이라는 소소한 행복을 영영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낯선 곳을 찾아 멀리 나가고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다. 주어진 여건에 맞는 작은 행복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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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8, 2020 at 05:4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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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능할까? 한강 텐트 집에 가져와서 캠핑해봤습니다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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