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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ly 27, 2020

얼굴 공개해야 진짜 미투?…진짜 미투는 ‘고발’ 그 자체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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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8 06:00 입력 2020.07.28 06: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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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2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들

얼굴 공개해야 진짜 미투?…진짜 미투는 ‘고발’ 그 자체다

왜 이제… 떳떳하면 나와…
박원순 사건서도 똑같이 재현
조력자들 은폐 양상도 비슷
권력형 성범죄 이해 부족이
피해자 공개를 원칙처럼 인식

익명 신고는 불가피한 선택
미투 형식 아닌 취지를 봐야

위력을 앞세운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왜 이제야’ 같은 말들, 끝없이 요구되는 피해자다움, 위로를 가장한 2차 가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에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가 겹쳐 보인다.

한국 사회가 거대한 ‘미투’ 물결을 거친 지 2년이 흘렀지만, 권력형 성범죄는 발생부터 2차 가해까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된다. 박 전 시장 사건은 미투 운동 이후 2년 동안 이 사회가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 진단과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미투 이후에도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잇따른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 A씨 측을 향해서도 “직접 얼굴을 공개해야만 ‘진짜’ 미투” “떳떳하면 나오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 ‘얼굴을 밝히지 않은 미투’는 어색한 말”이라고 썼다.

하지만 미투 당사자가 얼굴을 드러내야 할 이유는 없다. 2018년 서지현 검사, 김지은씨의 폭로 이후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주의할 점을 담은 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정말 사실이라면 피해 사실 폭로를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로 꼽았다. 여가부는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에서 익명 신고는 피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익명을 이유로 진실성을 의심하는 건 피해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진실을 입증하라고 내모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씨의 변호를 맡았던 서혜진 변호사는 “미투의 취지는 사회적 고발이고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일상의 미투도 많았다”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진정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A씨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과거 김지은씨는 신원을 드러냈음에도 아직까지 비난이 이어진다”며 “결국 피해자 비난과 공격이 주된 목적인 폭력”이라고 말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이해와 대책도 여전히 부족하다. A씨가 지난해 7월 후임 비서를 위해 작성했다는 ‘업무인계 매뉴얼’이 공개되면서 “피해자답지 않다”는 여론이 다시 등장했다. ‘최초 3선, 민선 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 등 구절을 두고 “피해자가 쓴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식이다.

과거 김지은씨도 재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 측근과 가족 등이 편집해 공개한 일부 문자메시지와 대화 내역 탓에 A씨와 비슷한 비난을 받았다. 서 변호사는 “피해자가 당시에 바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권력의 조력자들이 범행을 합리화하는 조직적인 은폐 양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위력’을 막을 대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강화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여가부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러한 매뉴얼들은 지자체장의 위력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서 변호사는 “사회는 지나치게 피해자와 가해자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거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을 호기심 차원에서 소비해왔을 수 있다”며 “(여성 직원을) 소유물이나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식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어떤 시스템이 마련돼도 문제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여전히 대다수 남성으로 구성된 권력구조와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성을 도구화하는 사회문화 자체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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